이동수,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어머니는 언제나 지쳐 있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가난함을 견디고,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고, 뚜벅뚜벅 나가서 일했다. 일찍부터 일하시면서 아마도 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고, 어쩌면 해방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집이 그토록 싫었던 나지만, 스무살부터 자립할 수 있는 힘과 꼿꼿한 자부심은, 20년간 봐온 어머니의 그림자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내 삶이 꽃길만 펼쳐질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입을 쫙 벌리고 나를 삼키려 할 것이다. 어쩌면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그때마다 더욱더 힘내서 나의 삶을 살아낼 것이다. 행복할 것이다. 삶을 개척하고 행복을 찾는 모습이 아이에게 조금씩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인싸를 동경하는 나의 삶

나는 인싸가 아니라서 인싸를 동경한다. 가진 게 별로 없어서 많은 걸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항상 부럽다. 특히 요즘에는 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개발자들을 github에서 정보를 캐어 그들의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염탐하면서 요즘 뭐가 유행하는 지, 어떤 걸 개발하는 지 구경하는 게 낙이다. 이렇게 구경한 것들로 내가 변하든 변하지 않든 어쨌든 그 자극이 재밌다.

이동수 작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방송에서 그를 본 많은 사람들처럼 ‘도대체 얼마나 일을 잘하면’, ‘얼마나 자존감이 높으면’, ‘부모님이 어떤 분들이시길래’ 저런 사람이 완성되었는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가 나온 방송 클립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를 보면 왜인지 자꾸 강형욱 씨가 연상된다. 두 사람 다 자기 분야에서 당당한 모습 때문인가. 정말 외모가 닮았나.
그가 자기 삶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말하듯이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무엇에 중요한 지 고민하고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해야 하는가 생각해 결정한 결과라고 했다. 이익집단인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출퇴근을 하는 입장에서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항상 2/3 지점 쯤 되면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몇 안 되는 내 친구 중에도 이동수 작가와 비슷한 친구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도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시간을 많이 쓰고, 그를 위해 퇴사(이직)와 이사를 했고, 동시에 자신의 삶도 중요시하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배려있게 행동한다는 것이 닮았네.

어쨌든 책을 읽고 나니, 어린시절이나 학창시절 성적, 회사에서의 평가나 위치 등은 책을 읽기 전 내 생각과 다른 반전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재 잘하는 것이 많고 똑똑한데 글까지 잘쓰는 이동수 작가의 삶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부러웠다. 열심히 살아야지.

++ 처음 책을 펼치고 목차를 봤을때 몇몇 챕터의 제목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엄청 공감이 됐었는데 그 중 ‘정규직, 운영직, 계약직, 파견직, 도급직, 외부 사원, 아르바이트 그리고 인턴’, ‘네? 열심히 하는 거 필요 없고 잘하라고요?’ 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회사에도 딱 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왠지 저 챕터의 내용이 내가 그 사람한테 그 말을 들었을때 생각했던 내용과 비슷할 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사원이었고 그 사람은 대리-과장 쯤이었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이런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하면, “열심히 하는 거 필요 없고, 나는 니가 열심히 하든 말든 관심 없어. 잘 해.”라고 대답했었다. 항상.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다. 과정은 관심 없고 결과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럼 난 돌아 나오면서 “열심히 하는 과정이 있어야 그 중 몇 개 잘 되는거지. 자기가 사장인 것처럼 얘기하네.” 생각했었다.
파견직, 용역직, 계약직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회사의 직원이니까 당연히 회사를 위해서, 회사가 잘 되도록 일해야 하는 거지만 동등한 다른 직원들에게 차별을 주고 비인간적으로 대하면서 자기들은 일잘했다는 듯이 으시대는 게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