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완전한 행복

봄방학 내내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픽업트럭에서 아버지와 함께 먹던 도시락은 그녀 안에서 꽃이 되었다. 그땐 그걸 몰랐다. 기나긴 삶의 겨울이 지나고 눈보라가 멈춘 후에야 그것이 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치거나 죽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도.

2022-11-17~2022-11-25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완성을 향해가는 어떤 나르시시스트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다.

뛰어난 문장력으로 몰입감있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번 달은 몇십년 만에 처음으로,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한 달에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 일부러 소설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세 권 다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거나 혹은 말을 잘하는 작가의 책이어서 가능했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익숙한 지명과 한글이름들이 등장해서인지 중간중간 공감할 수 없는 부분과 어색한 장치들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금방 휙 읽었다는 것만 봐도 작가가 글을 잘 쓰고 때문에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나는 소설책 한 권 읽는 데 보통 한 달 가까이 걸리는데, 이 소설은 책을 읽을 수 없었던 하루이틀을 포함해 약 9일 만에 읽었다.

주요 소재는, 이런 소재를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읽으려는 마음을 먹기가 꺼려졌었고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께림칙하다.

다 읽고 난 후, 결국에는 사건을 먼저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 캐릭터가 완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인상이 깊게 남았다. 몇 몇 문장에서 너무 과하게 늘어진다는 생각도 들었고,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생각이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작가가 깔아놓은 설정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 재미있게 읽으며 즐거웠다. 내용 자체는 어둡고 우울하지만 아마도 작가의 경험적인 요소들이 녹아들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 러시아 여행 이야기, 어린 등장인물의 심리와 꿈 묘사 등이 사실감있고 자연스러워 놀라웠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