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울이와 둘이 산책


오랜만에 둘이 산책을 나왔다.

_가끔 집에 동생이 오지 않은 주말엔, 둘이서 나갔었으니 아주 오래된 건 아닌데, 그래도 방울이에겐 오랜만이었을 것이다. 예전엔 방울이도 다른 개들처럼 호기심이 많았다. 어떤 개보다도 호기심이 많았다. 특유의 순둥한 성격 때문에 호기심으로 다가가 혼자 놀라고 기겁하거나, 다른 개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 멀뚱히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항상 멀리 가고 싶어하고, 집에 오고 싶어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같이 산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 손을 벗어나 더 멀리 달아나고 싶어했다.
_얼마 전부터 방울이와 산책을 나가면 예전과 어딘가 달라졌다는 생각은 했었다. 가장 다른 점은 호기심이 분명히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멀리 가지 않으려고 하고, 다른 개들의 냄새가 궁금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이 알고싶지 않아졌다. 억지로 끌려나온 것처럼 보일 때도 있을 정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어디를 만져주면 기분이 좋아질지 궁금하다. 어떤 것이 제일 불편하고, 움직이는 게 귀찮게 만드는 걸까. 잘 보이지 않는 눈, 거의 들리지 않는 귀가, 다른 개들에게 좀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 방법이?
_아주 좁고 짧은 거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왔다 갔다 움직인다. 대부분 같은 곳에서 냄새를 맡고 멈췄던 곳에서 또 오줌을 누고. 예전에는 똥도 여러번 눴는데 그것도 많이 줄었다. 그렇게 몇 번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집 앞으로 향한다.
_방울이를 키우면서 그 전엔 내가 개를 키우는 것에 너무 무심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해준게 없었는지, 이렇게 하면 왜 안 되는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러고도 바뀐건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무심하고, 해주는 게 없다. 예쁠때만, 귀여울때만 함께 하고 외로울때는 심심할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서 무서울때는 항상 혼자 내버려 뒀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느정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_나도 나이를 먹으니 많은 것에 흥미를 잃고, 왠만한 것에는 즐거워지지 못하고, 신기한 것이 없어졌는데 방울이도 그런 걸까.
_가족들이 다 나가고 집에 혼자만 남게 되면, 이제는 능숙하게 기다림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듯이 얌전해지는 방울이를 보면서, 내가 흥미있고 신기한 건 뭐가 있었나 생각해본다. 방울이에게 어떤걸 주면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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